레거시는 계속 태어난다, 그래도 길들여라──시민 개발의 미래상 7/7회
서문
지금까지 6회에 걸쳐 시민 개발의 역사, 카미 엑셀의 공과, 노코드·로우코드의 명암, 생성 AI의 충격, 그리고 거버넌스의 본질을 살펴보았다. 마지막 회인 이 글에서는 **“레거시는 계속 태어나지만, 그래도 길들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민 개발의 미래상을 그려 보려 한다.
시민 개발을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단순한 이분법으로는 본질을 설명할 수 없다. 역사가 보여 주듯, 그 뒤에는 언제나 ‘단기적 성공’과 ‘장기적 부채’가 한 몸처럼 붙어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한 뒤에도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전진시켜야 할까. 그 답을 여기에서 찾고자 한다.
시리즈 전체
- 시민 개발의 미래를 내다보기──역사·현재·생성 AI·그리고 그 너머로 0/7
- 시민 개발은 EUC의 귀환인가?──카미 엑셀이 남긴 역사적 교훈 1/7
- 카미 엑셀은 정말 악인가?──구세주에서 부정적 유산으로 2/7
- 현대 시민 개발 플랫폼의 빛과 그림자 3/7
- 생성 AI가 구하는 레거시, 버려지는 레거시 4/7
- 시민 개발은 만능이 아니다, ‘초안 개발’이다 5/7
- 관점의 어긋남이 부정적 유산을 양산한다 6/7
- 레거시는 계속 태어난다, 그래도 길들여라──시민 개발의 미래상 7/7 (본편)
레거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전진하라
“레거시를 낳지 않는 기술이 있다”는 환상야말로 숱한 실패를 불러왔다.
EUC와 카미 엑셀은 처음에는 현장을 구한 구세주였다. 그러나 조직적인 관리가 닿지 못하고 블랙박스화되면서 결국 부정적 유산이 되었다.
현대의 노코드·로우코드 역시 겉으론 화려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시 “카미 엑셀 2.0”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자산을 구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업고 등장한 생성 AI도, 4회에서 확인했듯 코드로 남지 않은 RPA와 노코드 자산을 해동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결론은 명확하다. 레거시는 반드시 생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IT 부서 수준의 스킬을 갖추고 카미 엑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따라서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레거시를 피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레거시를 길들이고 미래로 연결할 수 있는가”**이다.
‘초안’과 ‘정본’의 분업이 미래를 연다
5회에서 확인했듯 시민 개발의 본질적 가치는 ‘초안’에 있다. 현장이 스스로 업무에 맞는 구조를 만들면 요구 사항이 선명해지고, 오해와 누락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본운영에 올리면 언젠가 파탄난다.
미래상을 그릴 때 중요한 것은 ‘초안’과 ‘정본’을 분업하는 문화를 뿌리내리는 일이다.
- 시민 개발은 “즉흥적 스케치”이자 업무 니즈를 시각화하는 장이다.
- 이를 IT 부서와 전문가가 ‘정본’으로 다듬어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승화시킨다.
- 생성 AI는 그 다리를 놓아 정본화의 효율과 정밀도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시민 개발이 생존할 길이 있다.
시야를 맞추기──네 집단의 재정렬
6회에서 보았듯 시민 개발이 부정적 유산으로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시야의 어긋남이다.
- 경영층은 단기 성과에만 사로잡혀 장기 보전을 잊는다.
- 현장은 “내일도 돌아가면 정답”이라 단정한다.
- IT 부서는 장기 리스크를 경고하지만, 인력 부족 탓에 실행력이 달린다.
- 중간관리자는 양쪽에 끼여 있다 보니 “단기 성과” 쪽으로 기울어 거버넌스를 포기한다.
미래를 길들이려면 이 네 집단의 시간축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단순한 규제나 통제가 아니라 상이한 시간축을 통합하는 작업이다.
경영층에는 “단기 성과와 장기 보전을 양립시키는 지표”를. 현장에는 “속도를 잃지 않고도 지킬 수 있는 구조”를. IT 부서에는 “경고”뿐 아니라 “실행으로 잇는 힘”을. 중간관리자에는 “조정자로서의 책임”을.
이 네 축이 맞물릴 때 시민 개발은 “레거시 양산기”에서 “미래를 떠받치는 토대”로 변한다.
미래상──‘레거시와 공생하는 DX’
이상적인 그림은 “레거시를 없애는 DX”가 아니다. **“레거시와 공생하는 DX”**다.
- 새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필연적으로 생기는 레거시를 관리하고, 구조화된 코드 형태로 남겨 구제 가능성을 확보한다.
- 시민 개발은 ‘초안’으로 활용하고, 생성 AI와 전문가가 ‘정본’으로 완성한다.
- 거버넌스로 시야의 어긋남을 억제하고, 지속적인 개선 사이클을 체화한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EUC 시대에 Excel로 업무를 구해 낸 것은, 자발적으로 스킬을 익힌 선구적 영웅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발자취를 뒤에서 “카미 엑셀”이라 반쯤 조롱하듯 말하며 폄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열정과 창의가 현장을, 때로는 경영을 구했고, 오늘의 시민 개발과 DX의 토대를 만든 것이다.
이 관점을 갖추면, 시민 개발은 10년 뒤 ‘부정적 유산’으로 비웃음받는 대신 조직 문화의 일부로 진화하며 계속되는 공동 창조의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